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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건강을 되찾으려는 간절함에 더 많은 검사와 치료를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와 병원이 오히려 질병을 만들거나 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관상동맥 확장술, 무릎관절 수술, MRI 등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브라운대 의대의 가정의학 명예교수 스티븐 스미스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PSA(전립선 특이항원) 테스트나 심전도 검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스미스에 따르면 두 가지 모두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그런 검사가 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일시적이고 무해한 증상이 발견되더라도 추가적인 여러 검사와 침습적 시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의학 교수(‘내과학회지’의 편집장이다) 리타 레드버그는 쉰 살이 넘었지만 매모그램(유방암을 검사하는 X선 촬영)을 거부한다. 의사들은 50세 이상 여성에게 그 검사를 권한다. 그러나 레드버그에 따르면 매모그램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돼 조직검사를 해보면 무해하거나 저절로 사라지는 종양인 경우가 너무 잦으며, 그 역시 생명을 구한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이들이 ‘반의학(anti-medicine: 의사와 병원이 오히려 질병을 만들거나 악화시킨다는 의학 무용론)’ 주창자는 결코 아니다. 돈을 아끼려는 생각도 없다. 미국의 치솟는 의료 비용(현재 2조7000억 달러에 이르며 전체 지출의 6분의 1을 차지한다)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의료가 많을수록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삶에 직접 적용할 뿐이다. 그들은 의학 연구자와 의사로서 그 메시지를 점점 더 강하게 주장한다. “검사나 촬영,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실제로 건강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레드버그가 말했다. “적을수록 낫다”는 이야기다. 미 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내과학회지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검사와 치료에 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실렸다.
의료가 적을수록 건강에 더 나으며, 의료가 많을수록 오히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대다수 환자의 믿음에 반한다. 환자는 대개 검사와 치료가 기본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그런 믿음은 지난 20~30년 동안 질병 예방과 장수를 약속하며 시장에 쏟아져 나온 신기술과 신약 덕분에 더욱 굳어졌다. 자신의 몸에 있을지 모르는 종양이나 동맥경화, 부정맥을 발견할 수 있는 검사를 의사가 제시하면 거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치료하는 편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 건강한 사람도 한 가지 검사가 추가적인 여러 검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잠재적 문제점이 나타나면 의학적 개입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런 잠재적 문제는 저절로 사라지거나 무해하다고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검사로 자신의 몸에서 비정상적 상황이 발견되거나 의학적 처치로 그런 상황이 개선될 때 잘못 판단하기 쉽다고 미 국립 심장·폐·혈액 연구소(NHLBI)의 심장 전문의 마이클 라우어가 말했다. 그 비정상적 상황이 문제의 원인도 아니거니와 앞으로 건강을 위협할 경우가 많지 않다고 라우어가 말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을 병자로 잘못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전립선암을 검사하는 PSA 테스트(매년 미국인 2000만 명 이상이 받는다)부터 만성 요통 수술, 비염의 항생제 처방까지 너무도 많은 검사와 치료가 해롭거나 단지 위약(僞藥: placebo) 효과 정도만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요즘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선 메디케어(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보장제도)가 만만한 표적이다. 정치인들은 메디케어 자격취득 연령을 높이거나 아예 그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로울지 모르는 의료에 매년 수천억 달러를 지출한다. 그렇다면 메디케어가 일부 흔히 실시되는 의료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돈도 절약하고 생명도 구하는 일석이조가 될지 모른다. “건강에도 수명 연장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 의료에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1인당 거의 두 배의 비용을 지출한다”고 종합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장 전문의 스티븐 니슨이 말했다. “미국은 상륙허가를 받고 하선해서 만취한 선원처럼 돈을 써댄다.”
물론 새로운 의학 기술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통증을 완화시킨다. 매모그램 같은 검사는 유방암의 조기 치료를 가능케 한다. 특히 유전적으로 취약하거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요통을 호소하는 암환자의 경우 MRI(자기공명영상)는 뼈로 전이된 종양을 발견해 너무 늦기 전에 처치할 수 있게 해준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추는 치료법과 약품 개발로 심장병 사망률이 1980~2004년 50%나 줄었다. 대장 내시경 덕분에 매년 미국인 7300명 이상이 목숨을 건진다.
문제는 특정 환자에게 도움되는 의료가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장 심한 예가 심장 관련 질병이다.
가벼운 흉통을 호소하는 심장병 환자들의 치료를 분석한 최근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 5건을 보자. 혈관벽에 쌓인 플라크를 제거해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혈관확장술, 철망을 삽입해 혈관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스텐팅, 막힌 혈관에 새로운 혈관을 이식하는 관상동맥우회술 같은 침습적 시술들을 상호 비교했다. 그런 시술이 약물 치료(베타 차단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아스피린), 운동, 건강한 식단 같은 비침습적 치료보다 생존율이나 삶의 질을 높여 주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반면 비용은 훨씬 높았다. 스텐팅의 경우 메디케어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16억 달러 이상이다.
막힌 혈관을 수술로 단숨에 뚫어주는 수술이 왜 효과가 없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때 많은 심장 전문의도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CT(컴퓨터 단층촬영)나 다른 조영 검사에서 나타나는 대형 플라크는 오랫동안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간주됐지만 대개는 그 플라크 자체가 심장마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그 플라크를 제거하는 시술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 대형 플라크를 외과적으로 부숴 혈관을 확장하면 “수많은 플라크 부스러기가 미세 혈관에 흘러 들어가 혈류가 막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노스캐롤라이나대 의학 교수 노틴 해들러가 설명했다[고령자 과잉치료에 관해 그가 쓴 책 ‘다시 보는 노화(Rethinking Aging)’가 곧 발간될 예정이다]. 미국에선 매년 본인 선택에 따른 혈관확장술이 약 50만 건(건당 5만 달러 이상)이 시술되지만 그 환자 중 다수는 약물 치료, 운동, 식이요법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존스 홉킨스 의학원의 심장 전문의 존 매키보이는 최근 심장병 저위험군 환자 중 CT 조영술을 받은 1000명과 받지 않은 1000명 중에서 18개월 동안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람의 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CT 조영술을 받은 환자는 더 많은 약물 치료와 검사 뿐 아니라 스텐팅 같은 침습적 시술을 받았다. 그런 처치는 부작용과 수술 합병증, 심지어 사망 위험을 높인다. CT 자체도 잠재적 부작용이 있다. 환자를 높은 수치의 방사선에 노출시키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CT 관상동맥 조영술은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저위험군 환자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매키보이가 말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니슨은 과잉 정보가 불필요한 처치로 이어져 불행을 초래하는 사례를 직접 목격했다. 2009년 흉통을 호소한 52세 여성이 동네 병원에서 CT 관상동맥 조영술 검사를 받았다.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C 반응성 단백질(심장병의 위험 인자 중 하나) 수치도 높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CT 결과 관상동맥에서 플라크가 여러 군데 발견됐다. 그러자 의사들은 관상동맥 성형 수술을 실시했다. 합병증이 나타났다. 더 많은 시술이 필요했다. 급기야 동맥을 절단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결국 여성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가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니슨은 그 여성이 처음부터 심장병이 있었던 게 아니라 CT로 촉발된 연쇄적인 시술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니슨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심장병 저위험군 환자들에겐 CT 조영술, 심장초음파 검사, 심지어 러닝머신을 이용한 운동부하 검사를 받지 말라고 조언한다. 잘못된 양성 판정이 나와 위험한 처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사 결과가 깨끗한 경우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내키는 대로 먹고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환상을 심어줄 가능성 때문이다. UCSF의 레드버그는 “심장 CT에서 이상이 없다는 통고를 받고 방심한 결과 체중이 불어난 동료들을 봤다”고 말했다.
방사선 전문의와 요통 전문의도 다른 종류의 CT를 사용한다. MRI다. 심장 CT가 원칙적으로 당연시되듯이 확실한 이유 없이 허리 아래쪽에 통증이 있다면 대개는 척추를 고해상도 조영술인 MRI로 검사한다. MRI는 약 3000달러의 비용이 들며, 불거져 나온 디스크부터 미세 골절까지 샅샅이 드러낸다. 원칙적으로 그런 현상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외과적인 처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척추 성형술과 척추 고정술 같은 시술이 휴식과 가벼운 운동보다 일반적인 통증을 완화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다. 반면 다른 어떤 수술처럼 그런 시술에는 위험이 따른다. 지난해 미 내과의협회는 이렇게 경고했다. “요통 환자의 일상적인 MRI 검사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MRI에서 나타난 ‘이상’이 요통과 관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통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이상이 나타난다). 아울러 MRI에서 이상이 나타나면 의사는 반드시 그 이상을 제거해야 한다고 느낀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해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들은 자신이 ‘정상’으로 간주하는 기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그게 환자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텍사스대 의대의 노인병 전문의 제임스 굿윈은 이런 잘못된 생각의 극단적인 예를 목격했다. 몸이 허약한 84세의 여성은 2년 전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소화기 전문의로부터 다시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 여성은 내시경 검사 중 결장 천공으로 사망했다. 물론 이런 사례는 드물지만 의사들은 툭하면 그처럼 연로한 환자에게 위험한 대장 내시경을 권한다고 굿윈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75세 이상인 경우, 또는 지난 10년 이내에 내시경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판명된 경우는 대장 내시경을 받지 말라고 권한다. 굿윈은 자신의 노인 환자들이 대장 내시경을 7년 전, 5년 전, 심지어 2년 전에 받아 정상으로 나왔는 데 소화기 전문의에게서 다시 내시경 검사를 할 때가 됐다는 통지를 계속 받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굿윈은 호기심 반 우려 반에서 메디케어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다. 음성 판정 후 7년 이내에 대장 내시경을 받은 환자가 46%였다. 게다가 다수가 80세 이상이었다.
목표 확대(mission creep: ‘임무 변경’이라고도 한다)라는 문제도 있다. 한 가지 치료가 심각한 질병에서 효과를 나타내면 일부 의사는 그 질병의 가벼운 증상에도 같은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간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의 경우 무작위 시험에 따르면 심한 우울증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벼운 우울증에는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심하지 않은 증상에도 항우울제가 널리 처방된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는 위장 역류, 희귀성 식도 질환, 일부 궤양에 잘 듣는 약이다. 미국에서 처방되는 PPI는 매년 1억1300만 건에 이른다. 하지만 그중 적어도 절반, 많게는 70%가 예사로운 복통 등 그 약이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 처방된다. PPI는 골절, 난치성 박테리아 감염,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런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된다. 미국에서 약품 부작용의 치료에 드는 비용이 연간 2000억 달러나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널리 사용되는 스태틴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스태틴은 심장병과 고지혈증이 함께 있는 환자에게 유용하지만 고지혈증만 가진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심한 부작용(스태틴 복용자의 최대 20%가 심각한 근육 질병을 앓는다)에도 불구하고 심장병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에게도 스태틴이 흔히 처방된다.
심장 재동기화 장치(특수 심박조율기로 좌우 심실이 동시에 박동하도록 만들어 준다)도 유사한 경우다. 좌우 심실의 박동이 150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이상 차이 나는 울혈성 심부전 환자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120~150밀리세컨드 차이가 나는 환자에게도 시술된다.
일상적인 검사도 때로는 피해야 할 이유가 있다. 브라운대의 스미스가 이끈 팀은 특정 환자와 질병에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의 목록을 미 내과학회지 최신호에 처음 발표했다. 비염에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요통에 MRI를 찍거나, 65세 이하 여성에게 골다공증 검사를 하거나, 저위험군 심장병 환자에게 심전도 등의 첨단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건강한 성인의 경우 혈액검사도 불필요한 검사 중 하나로 목록에 올랐다. 요즘의 포괄적인 혈액검사는 효소, 단백질, 지방질 등 약 15가지 수치를 측정한다. 하지만 20가지를 측정하면 그중 한두 가지는 ‘정상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로 단순한 실험실 오류 때문이다.
그런데도 흔히 행해지는 검사와 처치가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해롭다는 메시지가 잘 먹혀들지 않는다. 메디케어에서 의사들에게 매년 1억 달러 이상이 대장 내시경 명목으로 지급된다. 그중 약 40%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거의 확실히 해가 되는 경우다.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려는 무릎 관절경 수술도 연간 약 65만 건 실시된다. 조사에 따르면 그 역시 위약 치료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 하지만 납세자와 민간 보험회사가 그 비용을 댄다.
여러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심장마비가 온 뒤 24시간이 지난 환자에게 스텐트(철망)를 삽입해 막힌 동맥을 열어주는 시술을 약물 치료만 한 경우와 비교했을 때 생존율이 높지도 않았고 재발 위험이 낮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환자에게 실시되는 관상동맥 확장술이 연간 10만 건에 이른다고 뉴욕대 심장 전문의 주디스 호치먼이 추정했다. “한마디로 이런 시술은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보다 앗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텍사스대의 굿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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